결혼한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좋은아내, 좋은엄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부모님 관점에서 나는 확실한 C급며느리이다.
요즘들어 베스트셀러라는 82년생 김지영, 영화화된 B급 며느라기...요즘 티브이에서 하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모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평등한 여자들의, 특히 며느리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특별한 페미니스트는 아니다...다만, 여자든 남자든 인간으로서 평등하길 바란다.
20여년전...결혼해서, 첫 명절을 시댁에서 보내면서 느낀 그 불편한 감정을 잊지 못한다.
공부하다가 오랜만에 집에 오게되는 명절은 나에게도 유일한 휴일이였는데....엄마가 해주는 맛난거 먹으면서 뒹굴뒹굴거리며 그동안 못한 티브이 실컷 볼수있는 나만의 천국이였는데...
결혼후 시댁에서 맞는 내 명절은, 그 휴식을 나에게서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매우 불편한 언행으로, 매우 낯선 환경에서, 매우 낯선 행동 (음식만들기 보조...설겆이...어색한 대화..)을 하다보니, 내 피로감은 더 극에 달했다.
우리 시부모님, 우리 부모님은 아주 전형적인 이시대의 부모님들이셨다. 명절에 시댁가기전에 친정에서 하루라도 쉬었다 갈려고 들린 나를 시댁으로 쫒아내버리려는 아빠..(마치 내가 친정으로 바로 온것이, 아주 큰 흠이라도 되시는듯, 큰일나신듯...하셨다..) 아들과 똑같이 바쁘게 일하며 공부하다 왔는데도 나는 부엌에서 아들은 거실에서 뒹굴뒹굴하는게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시는 시부모님......우리 시댁에는 시집안간 나보다 한살어린 시누이가 있는데, 명절에 아직도 제대로 부엌일을 안 시키신다. 그러시면서 나에게 미안해선지 꼭 하시는 말씀..."쟤는 할줄아는게 간보는거 밖에 없어서 어떻하려나 몰라..." 시다....시어머님 도와 음식만들고 나면 간보는건 꼭 시누몫......저도, 간 잘봐요 ~~^^
그래서, 난 처음부터 시부모님 기준 못된 며느리가 되기로 했다.
결혼초부터 시댁제사에는 안갔다. 날 이뻐해주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도 갈까 말까인데, 얼굴 한번 뵌적없는 시어른들 제사라니.......그랬더니, 모든 제사를 시부모님은 성당 위령미사로 돌리셨다. 성묘도 남편 혼자, 부모님 모시고 간다...그렇지만, 시부모님 제사는 내가 지낼거다.....살아생전 내가 정을 쌓았던 분들이니.
명절에는 꼬박꼬박 시댁먼저 갔다...근데, 이제는 교대로 가려고 한다....설에 시댁갔다면, 추석엔 친정으로.....그렇게 한번 말꺼냈다가, 엄청 서운해 하셨단다....도저히 그게 왜 서운한건지 이해가 안된다.... 이건 아직 진행중...
결혼후 늘 내가 챙기던 시댁대소사, 시어머님 전화,....이제는 안하려 한다......이건 몇년되었는데.....많이 서운해 하신다....아버님 생신이 그냥 지나간 적도 있었다. 남편이 전혀 안챙겼기때문에....효도는 셀프아닌가...아직도 전화걸면 어색하고...많은일로 바쁜데, 취향 잘 모르는 시댁어르신들 행사까지 준비하는게 버겁다...
내가 당신들의 딸이 영원히 될 수 없듯이, 당신들은 내 친부모가 절대 될 수 없다.
내 친부모라면, 내가 정말 힘들때, 어려울때,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지 않을가.......그래서 이젠 나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여러모로 이젠 나이드신 분들이기에, 인간으로서의 도리는 하려고 한다....거기에 더불에, 진심으로 우리 남편이 자기 부모님께 알아서 잘 해드렸으면 좋겠다.
외로워보이고, 쓸쓸해 보이는 그분들이 안타깝다...
이런 얘기하면, 난 정말 못된 며느리 소리 듣겠지만....나는 내 생활, 내 가족이 우선일 뿐이다. 내 생활에 크나큰 부담이 되면서까지, 불편함을 느끼면서까지 고생하고싶지는 않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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