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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당신 탓이 아니에요

by 꿈꾸는워킹맘 2019. 12. 2.

좀 비싸지만 수학개인과외를 시킬걸 그랬나..

영양제를 좀더 일찍 먹일걸 그랬나..

수시원서를 좀더 낮춰 썼어야 했나..

소화가 잘되는 도시락 반찬은 뭐가 있나...

아이의 수능을 앞두고, 엄마는 별별 생각이 다듭니다.

지난 12년, 아이가 초등학교 문을 들어선 이후로 길고 긴 시간들.

그시간동안,

엄마가 마냥 좋다고 엄마 주변에서 맴돌던 아이는, 간혹 성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안타까움이 되었고,

입학하고도 엄마 품을 찾던 아이는, 방에 들어설때 문을 거칠게 닫곤 하는 아쉬움이 되었고,

엄마 언제 퇴근하고 집에 오냐고 칭얼대던 아이는, 내가 퇴근한 한참 후에야 들어오는 수험생이 되어갔습니다.

 

엄마가 일하는데, 아이들 케어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주변의 필요치않은 걱정속에서,

회사를 벗어나, 학원이나 학교 상담만 가면, 선생님앞에서 또는 다른 엄마들 앞에서 기가 죽는 낯섬속에서,

업무용어, 전공용어보다 어려운 입시용어 홍수속에서,

엄마니깐...

나는 엄마니깐...

우리는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12년 프로젝트의 마지막 날에 앞서서,

엄마는 잠을 못이룹니다...

우리가 꿈꾸는 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마치 그것이 나의 실패인것 같아서...

아이는 최선을 다했는데, 엄마가 그때 그순간 수많은 선택중의 하나를 잘못한것 같아서...

간절한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가, 일로 피곤했던 그 하루, 이틀 빼먹어서, 하느님이 우리를 잊으실까봐...

중간중간 빠진 많은 실수들과 게으름이 맘에 걸리고, 걸려, 넘어가질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사랑했고, 도와주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최고는 아니였을지라도, 엄마의 최선이였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때로는 너무 피곤해서, 때로는 남편이 미워서, 때로는 아이의 한마디가 상처가 되어서,

지치기도 했고, 옅어지기도 했고, 정말 가끔은 멈추고도 싶었지만...

오롯이 그동안 우리가 해온 것은, 이 세상에서 그 아이를 감히 가장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엄마의 사랑이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 마음을 가슴깊이 새기고 낼모레 시험장에 갈것입니다.

당신 탓이 아니에요.

설혹 기대에 넘치는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건 아이가 타고난 운이 좋아서에요..

설혹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건 그 아이가 넘어가야 할 산인거에요..

엄마라는 이름의 당신.

수고많으셨습니다.

이제 성인이 된 아이를 품에서 떠나보내, 스스로 무럭무럭 자라나게 조금 멀리서 지켜보도록 해요.

그리고, 꿈많고, 꾸미기 좋아했던 한 여자로서의 당신을,

오늘이 가장 젊고 아름다운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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